
AI, 콘텐츠, 광고 키워드로 보는 산업별 제언
국내 미디어 산업구조는 변화하고 있다. 2025년에는 유료방송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방송시장이 위축되어 위기가 심화된다는 게 주된 의견이다. 다만 AI로 만든 킬러 콘텐츠가 등장하고 OTT광고요금제가 시장을 이끌면서 주춤했던 산업이 회복된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트렌드 코너에서는 AI, 콘텐츠, 광고라는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2025년 업계가 맞이할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미디어 업계에 스며든 AI
AI를 활용한 콘텐츠 생성이 가능해지면서 관련 영상 제작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미디어와 관련 없는 일반인들도 오픈 AI 소라(Sora), 구글 비오(Veo)와 같은 AI서비스에 텍스트와 명령어를 입력하여 이미지나 클립 수준을 넘어 창의적인 영상까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소라(Sora)와 비오(Veo)는 ChatGPT의 동영상 버전으로, 이 서비스가 만들어내는 영상 길이는 1분 가량으로 짧다. 주로 단편 영화나 뮤직비디오, 광고처럼 짧은 영상을 필요로 하는 시장에 도전장을 내 밀며 미디어 산업의 판도를 바꿔가고 있다.

< 오픈 AI 소라가 생성한 영상 >

< 구글 VEO가 생성한 영상 >
일례로 2024년 6월, EBS 다큐멘터리 <위대한 인도>에서는 AI가 힌두교의 신, 역사 적 인물의 움직임과 발언을 가상 CG형태로 구현하였고, 같은 해 3월 MBC에서는 M파고라는 AI가 캐스팅, 연출, 영상 편집 등 PD 역할을 전담하여 <PD가 사라졌다> 프로그램을 제작하였다. 혁신적인 콘텐츠 양산이 가능한 점 말고도 AI를 통해 영상을 만들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며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미디어 업계 반응은 긍정적이다.

< AI가 만든 국내 프로그램_PD가 사라졌다 >
물론 동영상 생성 AI기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AI가 만든 장면들을 떼어놓고 보면 인상적이나, 이어 붙였을 때는 등장인물 얼굴이나 손가락이 왜곡되는 등 완성도에서 아쉬움이 있다. 저작권 이슈로 인한 소송이나 영상을 악용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영상 산업 종사자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반발도 있다. 그러나 AI기술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는 상황 속에서, 미디어 업계 또한 AI가 가져올 영상 콘텐츠 혁명과 그 영향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티빙 한국프로야구 생중계 서비스 >
콘텐츠 전략, 스포츠를 잡아라
스포츠도 중요한 화두이다. 스포츠 콘텐츠가 미디어 업계에 가지는 경쟁력은 커지고 있다. 스포츠는 국가나 문화 차이로 인한 경계가 낮고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전체가 잠재적인 가입자이다. 이에 착안하여 플랫폼사들은 가입자를 다량으로 유치하기 위해 차별화된 스포츠 콘텐츠를 선점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티빙은 2024년 10월 한국프로야구(KBO) 인터넷 생중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되면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800만명을 돌파하였다. 2023년 같은 기간 대비 44.2%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치이다.
스포츠는 예능 콘텐츠로도 제작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 JTBC <최강야구>, ENA <찐팬구역>이 그 예이다. 스포츠 콘텐츠는 단순 경기 중계를 넘어 플랫폼 회사에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스포츠가 가진 강력한 팬덤과 몰입감은 플랫폼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 콘텐츠는 미디어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향후 AI기술과 결합된 새로운 시청 경험과 함께 창의적인 콘텐츠로 진화할 것이다.
유튜브 예능 전성시대
유튜브 예능이 마이너에서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미디어 업계는 유튜브 기반의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유튜버가 방송 예능에 출연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연예인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토크쇼 형식으로 각자의 채널을 통해 솔직하고 격식 없는 대화를 펼치며 구독자 수를 늘려가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는 토크쇼를 넘어 여행으로도 형태를 확장하고 있다. 고화질의 소형 카메라와 저렴한 제작비 덕에 고품질 여행 예능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유재석의 유튜브 채널 “뜬뜬”에서는 베트남 여행을 다룬 ‘풍향고’가 인기를 끌었고 평균 100분 길이의 이 콘텐츠는 2800만 뷰를 기록하며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처럼 유튜브 예능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업계는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하여 레거시 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 왓챠 숏폼 드라마 플랫폼 ‘숏차’ >
더 짧게, 핵심만 보는 숏폼의 부상
숏폼(Short-form), 1분 내외의 세로형 영상이 콘텐츠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용자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볍게 소비할 수 있고 유튜브를 통해 배속 재생, 건너 뛰기에 익숙해져 핵심 내용만 빠르게 보는 것을 선호하게 된 결과이다. 숏폼의 성장은 단순 유행을 넘어 스토리텔링 역량을 기반으로 숏폼 드라마, 짧은 애니메이션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왓챠, 티빙 등 주요 OTT사업자는 2025년 숏폼으로 제작한 드라마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왓챠는 ‘숏차’라는 숏폼 드라마 전문 서비스를 통해 상반기 ‘사이비 교주의 아내가 되었습니다’라는 신작을 상반기에 공개할 예정이고, 티빙 또한 2024년 12월 모바일 앱에 숏폼 서비스를 신설하여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짧은 영상 중심으로 변화된 미디어 소비 형태를 감안해, 미디어 업계는 기성 콘텐츠에 안주하지 않고 숏폼 같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OTT광고 요금제의 선방
지상파, 유료방송 등 TV시장의 생존 전략에 맞물려, 2024년은 광고 기반 OTT가 성장한 해였다. 2022년 11월 넷플릭스가 한국에 광고형 요금제를 출시한 이후, 한국 OTT로서는 처음으로 티빙이 2024년 3월, 광고 요금제를 출시하였다. 일반 요금제 대비 4천원 저렴한 5,500원에 영상 1시간 기준으로 영상 시작과 중간에 약 2~4분 가량의 광고가 등장한다. 티빙은 광고요금제가 매출의 10% 상승 효과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출시 초기 가입 비율은 20%대였지만, 2024년 6월 티빙 전체 신규 이용자 40%가량이 광고 요금제를 선택했다.
광고가 이용자 시청을 방해하는 애물단지가 아니라, 콘텐츠와 가치 있는 정보로 인식된 결과이다. 광고는 상품을 판매하는 커머스 관점에 국한되지 않고 이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프로그램 시청을 독려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탄생한 광고 요금제는 플랫폼 콘텐츠와 접목하여 신규 가입자를 늘리고 플랫폼에 머무르는 ‘락인(Lock-in) 효과’까지 가져오며 미디어 업계에 차별화된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5년, 미디어 산업은 위기와 변화의 기로에 놓여있다. 미디어 산업이 AI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콘텐츠를 생성하고 광고와 접목하여 고객에게 합리적인 요금으로 제공한다면, 2025년에 마주한 이 위기를 발판 삼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